안녕하세요. 블로그 운영자 파인 #입시컨설팅 최영철입니다.
고교학점제의 문제점에 대한 현직 교사의 글을 보고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예전에도 고교학점제의 문제점을 작성한 적이 있었으나 이번 글을 보면서도
또 느끼는 것은 일선 현장에서는 준비가 부족함에도 강행을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수조사를 통해서 인력과 학업에 대한 환경이 부족하다는 것을
일선현장에서는 말을 하고 있지만 교육부라는 곳에서는 인력과 환경은
충분히 가능하고 권역으로 묶어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서울권과 경기권 그리고
광역시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거리적으로 학생이나 인력이 이동과 충원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도서산간과 같은 농어촌의 지역에서는 인력을 충원하기도
쉽지 않다보니 이번 글에서도 작성된 것처럼 할 수 있는 한정된 과목만 개설이
가능하고 부족하거나 할 수 없는 과목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무작정 시행을 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 수 없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의미는
학생들의 포용성과 창의성을 함양하는 역량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한지
걱정이 된다. 중요한 것은 대학교 입시라는 큰 벽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될 수 있다.
글을 작성한 교사도 선택과목이 많아질수록 학생들의 성적관리는 어떻게 변화하고
대학 입시에는 무슨 과목이 유리한지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보니 교육을 위한
과목 개설이 아닌 입시를 위한 과목 개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마다 입시 문제로 선호과목이 있기 때문에 수강생의 쏠림현상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비인기과목의 경우 개설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지금 수능 사탐 선택에서 경제과목처럼 일부 학생들만
선택을 하고 사회문화라는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이 2/3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듯이 말이다. 무엇이 학생을 위하고 포용성과 창의성을 함양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고교학점제가 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사 내용]
[현직 교사가 본 고교학점제의 문제점] 부족한 인력, 비좁은 공간, '수능 과목' 중심 신청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설명한 문장이다. 내년 신입생부터는 수업 단위 대신 학점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며 2025년 입학생부터는 모든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대학 수강 과목 시스템으로 고등학교를 바꾸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물론 고교학점제의 목표나 취지에는 손색이 없다.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골라 듣는 재미를 느끼고 교사들이 가르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전면 시행을 코앞에 둔 지금, 교육 현장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5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대학 교원 8431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도입 시기를 미루거나 아예 제도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봐도,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공간도, 선생님도 부족한 현장
내가 일하는 고등학교는 지난해부터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선정됐다. 사립 고등학교라는 한계가 있지만, 공립 고등학교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학생 선택의 폭을 늘려 놨다. 그러다 보니 2, 3학년 아이들은 하루에 절반 이상을 이동한다. 원래 자기 교실이 아닌 선택 과목 교실을 찾아다니는 시스템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담임 선생님이라 하더라도 자기 반 학생을 수업 시간에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 올해 겨울에는 교과교실제 조성을 위한 공사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처럼 오래 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주어진 예산 내에서 바꿀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하다못해 복도가 너무 좁아서 어깨를 부딪치며 이동하고 있지만 그걸 늘릴 방법이 없는 것이다. 남는 교실이 많으면 이런저런 휴게 공간을 만들 텐데 그것도 쉽지 않다. 건물을 아예 새로 짓지 않는 이상 교과교실제는 당장은 이름뿐이다.
또한 담임 제도를 없애지 않는 이상 교과교실제로 완전히 변화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출결 관리, 학업과 진로 상담 업무 등이 여전히 담임 교사에게 맡겨져 있다. 그 업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원반'이라는 개념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우리 학교도 1반부터 12반이라는 교실 개념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한다. 아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대상, 대학으로 진학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이상 변화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처럼 내 교실이 생기나 했지만 아직 먼 꿈인 듯하다.
공간 문제만큼이나 표면에 드러난 문제점은 바로 교사 수급의 문제다. 우리 학교처럼 사립의 경우 근무하는 교사를 갑자기 나가라고 할 수 없으니 존재하는 인적 자원 안에서 선택 과목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 학교에는 중국어 교사나 스페인어 교사가 없기 때문에 제2외국어는 오로지 일본어뿐이다. 학생들이 중국어를 듣고 싶은지, 스페인어를 듣고 싶은지에 관심을 두지 못한다.
외부에서 교사를 모셔올 수도 있지만,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과목은 조사에서부터 배제되는 것이다. 그 학교에 지리 교과 교사가 몇 명인지 컴퓨터 교과 교사가 몇 명인지에 따라 그 학교의 교육과정이 다르게 만들어진다. 공립 고등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학교를 옮길 수 있다고 해도 각 학교 학생의 수요에 맞게 교사들이 준비된 게 아니다 보니 선택 과목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다 보니 한 명의 교사가 2~3개의 과목을 가르치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수업이 적을 경우 순회 교사라고 해서 여러 학교를 다니며 수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교사를 많이 뽑지 않으려고 한다. 교사당 학생 수를 줄이자고 교원단체에서 몇 년째 주장하고 있지만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교사 수는 최소한으로만 늘리고 있다. 물론 교사 수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교사들이 다양한 공부를 해야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큰 과제도 남아 있다.
수업 인원 많으면 미안해 하는 교사, 그 이유가
사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문제점보다 더 큰 문제는 '그래서 입시는 어떻게 되는데?'라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선택과목이 많아질수록 학생들의 성적 관리는 어떻게 변하는 것인지, 대학 입시에는 어떤 과목이 유리한지 따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성적과 대학을 신경 쓰다 보면 자유롭게 과목을 열고, 과목을 선택하기가 어려워진다. 고교학점제가 취지대로 포용성과 창의성·책임성을 길러주는 교육체제로 만들어지려면 이 문제부터 해결돼야 하지 않을까.
나는 올해 2학년 언어와 매체라는 선택과목을 맡아서 가르치고 있다.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학생들이 총 4개 학급인데, 최대 32명이나 된다. 같은 선택지에 있었던 영미문학읽기는 15명 정도를 데리고 수업을 한다. 그것도 영미문학읽기 2개 반이 나와야 시간표 구성이 가능해져서 원래 5반 정도의 인원이던 언어와 매체 선택 학생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1학년 교사들이) 영미문학읽기로 옮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4개 반이 됐고 32명이 됐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이런 불균형이 생겨났고, 영미문학읽기를 가르치는 교사는 괜히 내게 미안해한다. 앞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불균형과 미안함을 주고받을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포용력, 창의성, 책임성이 길러질 수만 있다면 32명 가르치는 것쯤이야. 문제는 영미문학읽기보다 언어와 매체를 더 많이 선택한 이유가 수능 선택 과목이기 때문이라는 데 있다. 이것이 지금 고교학점제의 현실이다.
'입시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택과목 - 산업경영학과 (0) | 2022.07.08 |
---|---|
짧지만 여름방학의 중요성 (0) | 2022.07.07 |
선택과목 - 산업공학과 (0) | 2022.07.05 |
선택과목 - 자동차공학과 (0) | 2022.07.04 |
선택과목 - 응급구조학과 (0) | 2022.07.03 |